미국에서는 현재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사이클로스포라 감염증 집단발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월 1일 이후 실험실 검사를 통해 확진된 사례는 6,707건에 달하며, 추가로 11,500건 이상의 사례가 조사 중입니다. 이번 집단발생은 미국 내 9개 주에 걸쳐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염 사고 자체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사태는 식품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에 어디까지 투자해 왔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제가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이번 집단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는가?”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일해 왔지만, 제 답은 “아마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미생물 오염을 관리하기 위한 통제 조치는 분명 마련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yclospora cayetanensis는 특수한 특성을 지닌 병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예방할 수 있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련 공개 자료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제가 계속 되짚게 되는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 전체 빙산상추 공급량의 1%에도 미치지 않는 단일 독립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어떻게 이처럼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친 식품 매개 질환을 초래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농장에서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문제를 인지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에 있습니다.
왜 이 병원체는 기존의 통상적인 대응 방식으로 관리하기 어려운가
Cyclospora cayetanensis는 기생충입니다. 세균도 바이러스도 아니며, 식품 가공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사와 모니터링 체계는 주로 이 두 가지 위해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사람의 분변에 의한 오염을 통해 식품에 유입되며, 가장 흔한 경로는 관개용수나 세척수입니다. 또한 식품 자체에서는 증식하지 않고 사람의 체내에서 증식합니다. 잎채소의 주름 사이에 비활성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섭취된 이후에야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은 운영 측면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세균성 위해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Cyclospora cayetanensis를 식별하지 못합니다. 농산물에 대한 일상적인 미생물 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집단발생 조사에는 전문적인 분자진단 기법이 활용될 수 있지만, 이러한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산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집단발생 과정에서 양성으로 보고된 상추 샘플이 이후 위양성(false positive)으로 판명된 사례도 있었으며, 이는 검사의 복잡성을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기업이 잘 설계되고 인증된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매일 양호한 검사 결과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오염된 제품이 출하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이는 경영시스템의 결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인증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근거도 아닙니다. 인증은 해당 시스템이 설계되고 검증된 범위 내의 위해요소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사의 관리 체계가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존 관리 범위를 넘어설 수 있는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는 통찰력과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주의 신호'
일상적인 미생물 모니터링 절차만으로는 이 병원체의 존재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재적 오염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유의미한 신호는 재배 지역과 가공 조건까지 확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관개 수원으로 유입되는 유역 전반의 지표수 수질 추세: 특정 시점의 샘플이 적합 또는 부적합인지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질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추세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 수원 상류 지역의 강우 및 폭풍 활동: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주변 환경에 존재하던 오염원이 물을 통해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기준 대비 주변 기온 변화: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수 수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북반구에서 사이클로스포라 감염이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지역별 과거 집단발생 이력: 사이클로스포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특정 잎채소 품목 및 조달 지역과 연관된 사례가 보고되어 왔으며, 이러한 정보는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자사 공급망 내 변화 요인: 신규 재배업체, 새로운 농경지, 물량 확보를 위한 긴급 구매, 기존 승인 프로그램 외의 공급업체 추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자사 운영 데이터: 평상시 대비 생산 처리량, 설비 분해 세척 간 라인 가동 시간, 성수기 동안 미뤄진 유지보수 등의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 항목들은 일반적인 식품 안전 모니터링 관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조달, 운영, 기상 데이터, 공중보건 데이터 등에 각각 흩어져 존재할 뿐, 실제 식품 안전 의사결정 과정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신호 하나만으로 오염을 식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신호를 함께 살펴봤다면 제품이 출하되기 전에 특정 지역에서 이상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예방’과는 다릅니다. 대신 더 이른 단계에서 의심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량의 신선식품이 빠르게 이동하는 공급망에서는 이러한 조기 의심만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분명 무언가가 달라졌습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할 때는 언제나 어떤 변화가 존재합니다. 중요한 질문은 그 변화를 누군가가 알아차릴 수 있는 위치와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편의성의 확대는 리스크 모델보다 더 빠르게 위험 구조를 바꿨다
그렇다면 보고된 규모의 오염 사고가 어떻게 이처럼 대규모 집단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요? 소비자들은 세척되고, 잘게 썰려 있으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에 익숙해졌고, 업계는 이러한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 가지 근본적인 요소를 바꿔 놓았습니다. 바로 단일 오염 사고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규모입니다.
빙산상추 한 통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판매된다면 하나의 리스크 단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같은 상추 한 통이 절단·분쇄 공정을 거치면 수백 개의 제품 단위로 나뉘어 여러 주에 걸쳐 유통될 수 있습니다. 계절적 수요가 정점에 이르면 더 많은 제품이 생산라인을 통과하고, 가동 중단을 위한 여유는 줄어듭니다. 여기에 기존에 알려진 생물학적 지표를 기준으로 검증된 세척 및 위생관리 절차까지 고려하면, 사이클로스포라의 특성상 오염이 장기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과연 놀라운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ACCP 원칙에 따른 위해요소 분석에서는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부가가치 식품에 대해 가공 강도와 집단발생 규모 간의 관계 역시 명확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관계는 명시적으로 다뤄지기보다는, 잘해야 암묵적인 수준에서 고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확산 억제'다
이번 집단발생은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에서 발생했으며, 특정 한 개 주에 명확한 진원지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오염원 추적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염 사례는 9개가 넘는 주로 확산됐습니다. 데이터에서 집단발생 징후가 나타난 시점부터 영향을 받은 제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통을 중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시간 추가 감염 사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예방의 문제가 아니라 확산 억제의 문제이며, 확산 억제 역량은 투자를 통해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식품 업계에서 추적성은 흔히 ‘한 단계 앞, 한 단계 뒤’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의돼 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 이러한 수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는 원산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공급망 정보를 로트(lot) 단위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몇 주가 아니라 몇 시간 내에 조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품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사고의 영향을 이만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독립적인 식품 안전 표준과 FSMA Section 204 및 Food Traceability Rule과 같은 규정은 고위험 식품에 대해 공급망 전반의 추적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명확한 투명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순간에 현재 구축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투자의 균형이 잘못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이 식품안전경영 자체가 실패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WHO의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매개 질환 부담은 2000년 이후 감소해 왔습니다. 이는 정부, 산업계, 과학계가 함께 기울여 온 막대한 노력의 결과이며, 표준, 경영시스템, 독립적인 평가 체계는 식품 업계가 이러한 기여를 체계화하고 검증하는 주요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식품 업계는 새로운 근거가 제시될 때마다 표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왔습니다. 문제는 프레임워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투자의 비중입니다. 현재 식품 기업들은 AI와 리스크 인텔리전스 솔루션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대체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기준입니다. 이러한 도구를 예방 가능성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이번 집단발생에서 더 나은 데이터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었던 지점은 두 곳이었습니다. 하나는 공급망 상류의 리스크를 더 일찍 의심할 수 있었던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환자가 발생한 이후 관련 제품을 더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었던 시점입니다. 전자는 제품이 출하되기 전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고, 후자는 제품이 얼마나 멀리 확산되는지를 제한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현재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솔루션이 내세우는 ‘예방 보장’과는 다릅니다.
반면,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이후 사고의 규모를 키우는 요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리적 환경과 보다 광범위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신호에 대한 고려
- 가공 강도에 대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위해요소 분석
- 원산지까지 추적할 수 있고, 실제 필요한 순간에 충분히 빠르게 작동하는 검증된 추적성 시스템
모든 집단발생 속에 숨어 있는 기회
최근 두 명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이번 집단발생의 영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보고를 종합하면, 우리가 얻어야 할 초기 교훈은 분명합니다. 전통적인 식품 안전 관리 범위를 넘어 가시성을 강화하고, 가공 및 유통 리스크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재검토하며, 매 시간이 중요한 상황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신속한 추적성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자체만이 아닙니다. 그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사고 이후 소비자 피해와 평판 손상을 최소화하며 회복하는 조직을 구분 짓는 것은 사고 자체를 완전히 예방했는지가 아닙니다. 리스크를 얼마나 빨리 인지했는지, 그 잠재적 영향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 그리고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얼마나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40년 이상의 업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LRQA는 식음료 산업이 신뢰하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 파트너입니다. 농장과 제조업체부터 유통업체와 외식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조직이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가장 중요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